중독 치유 길라잡이

제10회 중독자는 아무도 못 말려 Ⅰ- 마시려는 자와 끊어주려는 자

관리자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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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코올중독자가 치료받아도 그 회복은 만 명에 겨우 한 명이 될까 말까 하다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알코올중독자들은 치료는 거부하고 진단은 방해하기 때문이다.

다른 질병의 경우 환자는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의사의 치료에 협력한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자는 환자임에도 그러하지 아니한다. 먼저 자신은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알코올중독은 병인데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니까 환자가 아니다. 환자가 아닌 사람을 환자로 몰아 병원에 강제 격리하고 치료를 목적으로 자신을 괴롭게 하니 어느 누가 좋아하겠는가?

알코올중독자들은 정신과 의사들을 불신한다. 자기는 술을 한사코 마셔야 하겠는데 마시지 못하게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 놓고 그들은 말한다. “무슨 정신과 의사가 알코올중독자를 치료해? 어디 당신들이 술 끊어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러면 정신과 의사들은 이렇게 반격한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들은 언제 우리 의사들에게 치료할 기회조차 주어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자신이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한다. 알코올중독자는 음주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니까 마시면 안 된다. 마시기 위해서는 알코올중독자가 아닌 정상적인 애주가여야 한다. 이렇게 알코올중독자가 아님을 강력하게 부정하고 그래서 환자가 아닌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어느 치매 환자의 경우, 치매 노인이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했다.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중병에 걸리면 치료보다 온갖 검사가 더 힘들다. 그리하여 병원에 입원하면 치료를 위해 먼저 온갖 검사를 받는데, 그 검사가 사람 잡는다고 엄살을 피우지 않는가?

검사를 위해 간호사가 쉴 새 없이 피를 뽑아간다. 치매 노인일지라도 주삿바늘의 통증은 느낀다. 간호사가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팔을 감추고 채혈을 거부한다. 그렇다고 검사를 중단하지 않는다. 간호사 세 명이 동원되어 팔다리를 제압하고 강제로 채혈한다. 병에 지치고 노쇠한 노인은 그들을 당할 수 없다. 몸은 제압당했지만 입은 자유롭다. 그래서 최후의 발악하는 심정으로 욕설을 퍼붓는다. 곰 같은 년들이라고.

보호자를 만난 의사가 말했다. “어디 우리 간호사들이 곰 같습니까? 다들 예쁘고 천사 같은데, 저 할아버지는 우리 간호사들을 곰 같다고 욕하네요.”

평소 교양 있고, 점잖은 어른이 왜 그런 욕을 할까? 치매 노인은 자신이 환자인 줄 모르고, 또 왜 채혈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치료를 위한 검사를 위해 채혈하는 것을 모르는 노인은 채혈이 고통스럽고, 그런 고통을 주는 간호사가 미운 것이다. 알코올중독자들도 이런 심정으로 치료진을 대한다.

 

전직 외교관 출신 환자의 경우, 그는 7순 연세였는데, S대병원 등 열 곳에서 치료받았음에도 술을 끊지 못했다. 3개월을 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하면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재발하여 열 곳의 병원을 옮겨 다녔다. 알코올중독자가 아닌 자신을 중독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아내가 원망스럽고 또 치미는 분노를 터트릴 수 없어 가까스로 울화를 참는 시간이 겨우 3일, 그래서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술로 폭발한다. 그런데도 그는 알코올중독자임을 부인했다. 자신과 같은 지성인이 알코올중독자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S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외교관 생활을 한 엘리트였다. 그런 그는 알코올중독과 같은 병은 무식한 하류 인생들이나 겪는 병으로 오인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술을 끊은 것은 열한 번째 치료기관에서 어렵게 중독임을 인정하고부터 회복이 시작되었다.

S대 미대 출신 화가가 있었다. 그는 지나친 음주로 간경화까지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중독자임을 부정했다. 그런 그는 병원 몰래 술을 계속 마셨다. 음주가 계속되고 간경화는 점점 악화되어 끝내 사망했다. 그의 죽음에 환자들은 큰 충격을 받는 듯했으나 며칠 되지 않아 병원 보호사와 간호사들 눈을 피해 여전히 술을 마셨다.

병원에서 40대에 들어선 작곡가를 만났다. 그는 국내 유수의 음악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촉망받는 작곡가였다. 그는 재발에 재발을 거듭하여 세 번째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환자들 사이에서 말하는 소위 전국구였다. 그는 병실에서도 작곡에 매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검사 결과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자신이 왜 이런 정신병원에서 갇혀 생고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환자는 회진할 때 의사의 질문에 서슴지 아니하고 자신이 알코올중독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내면의 그는 철저히 부정한다.

치료기관에서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환자의 외출 외박이 시행된다. 외출이나 외박에서 돌아온 환자의 휴대품과 몸수색이 철저히 이루어진다. 세관에서 밀수되는 마약을 찾기 위한 수색과도 같다. 환자들은 음료수병의 내용물을 쏟고 절반을 술로 채운다. 색깔이 있는 드링크제 용기에는 100% 술로 채워진다. 그래서 몇 번이고 속은 직원들은 뚜껑에 개봉하고 냄새로 철저히 검사한다.

정원이 있어 화단이나 숲이 있는 규모가 큰 병원 또는 기도원의 경우, 외출에서 돌아온 환자들이 정원 구석구석에 몰래 술을 숨겨놓고 감시를 피해 술을 마신다. 알코올중독자들은 동병상련의 동지애가 있어 퇴원 후에 아직 퇴원하지 못한 환자들 면회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면회를 핑계로 술을 몰래 반입하고 정원 구석에 숨긴다. 그리고 환자에게 술이 숨겨진 곳을 알려준다. 일종의 조직폭력배들과 같은 끈끈한 의리라고나 할까?

청량리에 있던 정신병원의 경우, 환자들은 등하교하는 어린 학생들을 노렸다. 청소용 마대 걸레의 섬유로 밧줄을 만들고, 지나가는 어린 초등학생들을 기다렸다. 학생들이 나타나면 그 들은 비닐봉지에 돈을 싸고 청소용 걸레를 풀어 줄을 만들고, 돈이 든 비닐봉지를 마대 줄로 묶어 창밖으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얘야, 그거 주워봐. 돈이 있지? 그 돈으로 소주 한 병 사서 매달아 올려. 남는 돈은 너희들 과자 사 먹어.” 어린아이들은 신나게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공짜로 과자가 생겼으니까.

의사나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와 보면 모두 술에 취해 있다. 기상천외의 방법으로 술을 감추고 몰래 마시는 알코올중독자들과 벌이는 술과의 전쟁. 그 피해자는 결국 알코올중독자인 환자 자신이다. 이렇게 치료기관에서 알코올중독자가 술을 마시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환자 보호자만 모른다.

이런 알코올중독자의 특성 때문에 치료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리하여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알코올중독자 치료를 기피한다. 의사로서 자존감이 손상되는 것이 싫기 때문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방법은 술을 병실에서 제조하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1주일에 한두 번 구매 요청을 환자들로부터 받는다. 그때 경험 많은 환자는 야쿠르트와 식빵 그리고 콜라를 주문한다. 식빵을 건조해 손으로 비벼 가루를 만들고, 반쯤 빈 콜라병에 식빵 가루를 넣고, 또 야쿠르트를 넣고, 따뜻한 곳에 며칠만 두면 그것이 발효되어 술이 된다. 그것을 마신다. 알코올중독으로 술을 끊기 위해 병원서 치료받는 환자가 이렇게 술을 제조해 마시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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