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하고 복위 38도선을 경계로 남한은 미군이, 북한은 소련군이 진주했다. 일본군의 해산과 무기 접수를 위해 진주한 소련군이 청진항에 진입했다.
당시 청진항은 만주에 진출한 일본군에게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중요한 병참 기지였다. 그곳의 일본 군수공장에 거대한 화학제품 탱크가 있었다. 탱크의 밸브를 조금 열고 냄새를 맡아본 소대장은 그것이 에탄올(알코올) 탱크임을 알아냈다. 쾌재를 부른 그는 소대 전원을 정렬시키고 모두 수통 컵을 꺼내 들게 했다. 그리고 탱크의 밸브를 열고 돌격 명령을 내렸다. 소대원들은 용감하게 에탄올 탱크로 돌격했다. 그리고 탱크에서 마음껏 에탄올을 받아 마신 소련군은 전원 사망했다. 청진항에 진입한 소련군 전원이 전멸한 것이었다.
그 비보를 접한 상급 부대에서 군의관과 수사기관원들이 달려와 사망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그들의 사망 원인은 메틸알코올에 의한 급성 중독사였다. 공업용 알코올인 메틸알코올을 과도하게 마시면 눈이 멀거나 사망에 이른다. 우리가 주정으로 사용하는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은 눈은 멀지 않으나 급성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기는 마찬가지다.
신학기면 대학 신입생이 동아리 모임에서 선배의 강요에 못 이겨 대량음주를 한 다음 죽음에 이른 사실이 보도되어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했다. 물론 그 선배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이른바 폭탄주가 있다. 알코올 도수가 약한 맥주에 독한 양주를 섞어 마시는 혼합주의 형태다. 알코올은 알코올 농도가 20%일 때 흡수가 가장 빨라진다. 맥주에 독한 양주를 혼합하면 알코올 농도는 거의 20도 가까이 된다. 풋 술꾼은 이런 술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다. 군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 음주문화에 후래삼배(後來三杯)라는 전통이 있다. 모임에 늦게 참석한 사람은 별로 석 잔의 술을 단숨에 마셔야 한다. 그렇게 해야 먼저 참석하여 술을 시작한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취기에 도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뒤늦게 허둥지둥 달려온 사람은 공복일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렇게 공복으로 달려온 사람에게 음식으로 배를 채울 겨를도 없이 그것도 순한 맥주나 와인도 아닌 독한 술을 거푸 석 잔씩 안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거푸 마신 석 잔의 술은 음주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급상승시키기 마련이다. 이처럼 단번에 마시는 술, 폭탄주는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폭탄주를 너 죽고 나 죽자는 핵폭탄이라고.
300mg%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소주 3~4병)에 이르렀을 경우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3%면 사람이 멍청해지며,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고, 맥박마저 약해진다. 여기에서 더 상승하여 소주 4~5병에 해당하는 0,4~5%의 혈중알코올농도에 이르면 혼수상태가 오며, 반사 작용이 없어져 꼬집고 때려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100명 중 90명 정도가 마치 전신 마취 상태가 된 것같이 혼수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면 불러도, 흔들어도, 두들겨도 깨어나지 못한다. 수족의 피부는 차가워지고 습해진다. 체온은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체온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기능이 마비되어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상승하고, 외부 온도가 내려가면 체온도 따라 강하한다. 호흡은 느리게 유지되나 부자연스럽고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맥박도 빨라진다.
의사가 응급환자의 의식 유무를 가릴 때 눈을 까보는 모습을 본다. 눈에 불을 비추어 보면 눈의 검은자위 중앙에 눈동자가 있다. 이것이 동공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구멍으로 각막이라는 표면막으로 덮여 있어서 외부에서 물이나 눈물 등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그러나 빛은 통과한다. 빛이 들어가면 이 동공은 축소된다. 이런 현상을 빛에 대한 반응, 즉 대광반응(對光反應)이라고 한다. 그런데 혈중알코올농도 300mg% 이상의 경우 빛에 대한 반응이 없어진다. 의식 불명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가 환자의 눈을 열고 손전등을 비추어 보는 장면을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본다. 눈동자가 열린 채 반응하지 않으면 의사들은 혼수상태로 판정한다. 눈의 대광반응으로 의식 유무를 판정하는 것이다.
눈의 검은자위 가득히 눈동자가 풀어져 있고(동공의 산발 확대), 대광반응이 없으면 위험을 넘어 이미 사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표시다. 알코올에 중독되어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 눈동자에 산발 확대 기미가 있기도 하고 또는 그 정도가 아닐 때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광반응이다.
혼수기의 중독자는 대광반응이 없던가, 아니면 있어도 극히 둔해져 있다. 이것은 위험 상태다. 왜냐하면 혼수상태를 일으키는 혈중알코올농도와 호흡중추의 마비를 일으키는 혈중알코올농도는 서로 차이기 적다는 것이 알코올에 의한 마취의 특징이면서도 마취제로서의 효능에 단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지경에 이르면 곧 호흡이 멈추든지, 아니면 당장 멈추지 않으나 언제 멈출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알코올에 급성 중독되어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는 급히 인공호흡을 서둘러야 한다. 인공호흡을 능률적으로 하기 위하여 기관(氣管), 기도(氣道)에 관을 찔러넣든가, 기관을 절개하여 인공호흡기를 장착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입원하여야 한다.
200mg%(소주 2병) 이상에서는 중독 상태가 되고, 300mg%(소주 3병)에서는 90%가 심한 중독 상태가 되고, 400mg%(소주 4병) 이상에서는 100%가 심한 중독 상태가 되며, 500~800mg%(소주 5병 이상)에서는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데이터에 의하면 사망자의 뇌 속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270~510mg%였다고 한다. 이처럼 알코올 농도의 수치의 큰 차이는 개체 차이 외에도 구토에 의한 질식 등 우발적 요소도 원이 되기 때문이다. 신체 조직 속의 알코올눙도가 400mg% 이상이면 법의학상 알코올중독사라고 판정한다.
이처럼 알코올의 영향은 혈액 속의 농도에 거의 비례하여 변화하는 것인데, 알코올 농도의 상승이 하강보다 더 두드러진다. 알코올에 의한 마취 상태는 그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클로르포름(chroform)이나 에테르(ehter)에 의한 마취 상태보다 훨씬 오래 그 효과가 지속된다. 이것도 알코올에 의한 혼수상태가 위험한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서 내성에 대해 알아보자.
제가 월남전에 파병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부대 의무대에서는 주기적으로 대민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 의료 봉사를 했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농촌 주민들은 아스피린 한 알, 페니실린 주사 한 방이면 거의 병을 고칠 수 있었다. 몸이 약을 거의 받아보지 않아 그만큼 약효를 발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몸도 약에 익숙해지다 보면 항생제의 경우 어느새 50단위에서 100단위, 천 단위, 만 단위, 100만 단위로 점점 높아진다. 지금은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없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출현했다지 않은가? 세균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술도 이와 동일하다. 밀밭 두렁에만 가도 취한다는 사람을 제외하고(이런 사람은 간에 알코올분해 효소인 알코올탈수소효소나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가 전혀 없는 경우고) 정상적인 사람은 마시면 마실수록 내성이 증진된다.
나의 친구 중 대표적인 예화가 있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천생 골샌님이었다. 술과 담배는 옆에도 가지 못하고, 성격도 내성적이다 못해 마치 여성 같았다. 보다 못한 그의 부친은 남자로 만들겠다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해병대에 입대시켰다. 거친 남자들만의 세계, 그것도 악명(?)높은 해병대에서 비록 장교로 입대했으나 술과 담배를 못하고 골샌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그는 치욕과 수모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월남전이 치열했던 시기로, 월남전 파병으로 해병대에서는 초급장교인 소위들이 태부족이었다. 그리하여 2기에 걸쳐 대학 졸업자가 아닌 고등학교 졸업생도 장교 임용이 가능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간부 훈련을 받고, 소위로 부대에 배치되었을 때, 바로 위 선배 기수가 동생뻘인 네 살이나 어린 소위들이었다.
소위로 임관된 그는 일선 부대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선배들에게 소위 말하는 전입 신고를 위해 부대 연병장에 도열했다. 그리고 신고식이 거행되었다. 신고는 황당한 것이었다. 알철모에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그것을 단숨에 마시는 것이었다. 술이 처음인 그는 마시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쓸어졌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았을 것을.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다음날 새벽 누군가가 발길로 궁둥이를 툭툭 차는 것이 아닌가? 그는 놀라 군대 정신에 자동인형처럼 벌떡 일어나 차려 자세를 취하면 관등성명을 외쳤다. “예 소위 누구 누구” 그러자 신고를 받던 그 소위가 손등으로 양빰을 치며 빈정댔다. 차라리 주먹으로 때리면 남자답겠지만 손등과 손바닥으로 툭툭 치는 것은 모욕이었다. “야 임마, 귀신 잡는 해병이 그깟 막걸리 한잔도 못 이겨?”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끌어오르는 울분을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삭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술을 배웠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술이 세어지는 것이 아닌가? 모욕을 준 선배 장교와 술 시합을 벌인 끝에 소주 7병을 마시고 멋지게 설욕한 일화는 우리들 사이에 전설로 남아 있다.
한 번의 폭주나 지나친 장기간의 음주는 여러 가지 효소들의 유도 작용을 일으켜 마이크로좀 소포체에서 나오는 효소의 증가를 가져온다. 효소의 증가는 간장의 대사 능력을 따라서 증가시켜 더욱 왕성한 해독 작용을 하게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술에도 익숙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간이 알코올 분해에 숙달된 조교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의사들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耐性)을 얻었다고 말하며, 이 내성은 점점 더 증진된다.
그러나 어느 한계까지 증진된 내성은 그곳에서 멈추고 상당한 기간까지 정체된다. 그런 현상을 고원(高原) 현상을 겪는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주량이 더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한다. 내성이 증진되었다는 것을 우리 세계에서는 예비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내성의 증진에 대해 또 하나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내성이 길러진 술꾼이 취중 사고로 상처를 입어 수술을 해야 할 때 난감한 일을 당하기 쉽다. 환자를 수술대에 뉘이고 마취를 실시해도 도무지 마취가 되지 않는다. 환자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마취는 듣지 않고. 이 경우 환자가 술을 과도하게 마셨을 때 간에 알코올을 무독화하는 마이크로좀의 효소가 충분히 증가되어 있어 마취제를 주사해도 효소가 그 마취제를 빠르게 와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말기 중독자는 자신의 주량이 예전만 못함을 깨닫는다. 내성의 감퇴다. 이는 간이 이미 병들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증거로 사망이 가까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하고 복위 38도선을 경계로 남한은 미군이, 북한은 소련군이 진주했다. 일본군의 해산과 무기 접수를 위해 진주한 소련군이 청진항에 진입했다.
당시 청진항은 만주에 진출한 일본군에게 군수물자를 공급하는 중요한 병참 기지였다. 그곳의 일본 군수공장에 거대한 화학제품 탱크가 있었다. 탱크의 밸브를 조금 열고 냄새를 맡아본 소대장은 그것이 에탄올(알코올) 탱크임을 알아냈다. 쾌재를 부른 그는 소대 전원을 정렬시키고 모두 수통 컵을 꺼내 들게 했다. 그리고 탱크의 밸브를 열고 돌격 명령을 내렸다. 소대원들은 용감하게 에탄올 탱크로 돌격했다. 그리고 탱크에서 마음껏 에탄올을 받아 마신 소련군은 전원 사망했다. 청진항에 진입한 소련군 전원이 전멸한 것이었다.
그 비보를 접한 상급 부대에서 군의관과 수사기관원들이 달려와 사망 원인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그들의 사망 원인은 메틸알코올에 의한 급성 중독사였다. 공업용 알코올인 메틸알코올을 과도하게 마시면 눈이 멀거나 사망에 이른다. 우리가 주정으로 사용하는 에틸알코올(ethyl alcohol)은 눈은 멀지 않으나 급성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기는 마찬가지다.
신학기면 대학 신입생이 동아리 모임에서 선배의 강요에 못 이겨 대량음주를 한 다음 죽음에 이른 사실이 보도되어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했다. 물론 그 선배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또 이른바 폭탄주가 있다. 알코올 도수가 약한 맥주에 독한 양주를 섞어 마시는 혼합주의 형태다. 알코올은 알코올 농도가 20%일 때 흡수가 가장 빨라진다. 맥주에 독한 양주를 혼합하면 알코올 농도는 거의 20도 가까이 된다. 풋 술꾼은 이런 술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심한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는다. 군대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 음주문화에 후래삼배(後來三杯)라는 전통이 있다. 모임에 늦게 참석한 사람은 별로 석 잔의 술을 단숨에 마셔야 한다. 그렇게 해야 먼저 참석하여 술을 시작한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취기에 도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뒤늦게 허둥지둥 달려온 사람은 공복일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렇게 공복으로 달려온 사람에게 음식으로 배를 채울 겨를도 없이 그것도 순한 맥주나 와인도 아닌 독한 술을 거푸 석 잔씩 안기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렇게 거푸 마신 석 잔의 술은 음주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급상승시키기 마련이다. 이처럼 단번에 마시는 술, 폭탄주는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폭탄주를 너 죽고 나 죽자는 핵폭탄이라고.
300mg% 이상의 혈중알코올농도(소주 3~4병)에 이르렀을 경우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3%면 사람이 멍청해지며,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고, 맥박마저 약해진다. 여기에서 더 상승하여 소주 4~5병에 해당하는 0,4~5%의 혈중알코올농도에 이르면 혼수상태가 오며, 반사 작용이 없어져 꼬집고 때려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100명 중 90명 정도가 마치 전신 마취 상태가 된 것같이 혼수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 도달하면 불러도, 흔들어도, 두들겨도 깨어나지 못한다. 수족의 피부는 차가워지고 습해진다. 체온은 외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체온을 일정 온도로 유지하는 기능이 마비되어 외부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상승하고, 외부 온도가 내려가면 체온도 따라 강하한다. 호흡은 느리게 유지되나 부자연스럽고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맥박도 빨라진다.
의사가 응급환자의 의식 유무를 가릴 때 눈을 까보는 모습을 본다. 눈에 불을 비추어 보면 눈의 검은자위 중앙에 눈동자가 있다. 이것이 동공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구멍으로 각막이라는 표면막으로 덮여 있어서 외부에서 물이나 눈물 등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한다. 그러나 빛은 통과한다. 빛이 들어가면 이 동공은 축소된다. 이런 현상을 빛에 대한 반응, 즉 대광반응(對光反應)이라고 한다. 그런데 혈중알코올농도 300mg% 이상의 경우 빛에 대한 반응이 없어진다. 의식 불명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가 환자의 눈을 열고 손전등을 비추어 보는 장면을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본다. 눈동자가 열린 채 반응하지 않으면 의사들은 혼수상태로 판정한다. 눈의 대광반응으로 의식 유무를 판정하는 것이다.
눈의 검은자위 가득히 눈동자가 풀어져 있고(동공의 산발 확대), 대광반응이 없으면 위험을 넘어 이미 사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표시다. 알코올에 중독되어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 눈동자에 산발 확대 기미가 있기도 하고 또는 그 정도가 아닐 때도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광반응이다.
혼수기의 중독자는 대광반응이 없던가, 아니면 있어도 극히 둔해져 있다. 이것은 위험 상태다. 왜냐하면 혼수상태를 일으키는 혈중알코올농도와 호흡중추의 마비를 일으키는 혈중알코올농도는 서로 차이기 적다는 것이 알코올에 의한 마취의 특징이면서도 마취제로서의 효능에 단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지경에 이르면 곧 호흡이 멈추든지, 아니면 당장 멈추지 않으나 언제 멈출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알코올에 급성 중독되어 혼수상태에 있는 환자는 급히 인공호흡을 서둘러야 한다. 인공호흡을 능률적으로 하기 위하여 기관(氣管), 기도(氣道)에 관을 찔러넣든가, 기관을 절개하여 인공호흡기를 장착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입원하여야 한다.
200mg%(소주 2병) 이상에서는 중독 상태가 되고, 300mg%(소주 3병)에서는 90%가 심한 중독 상태가 되고, 400mg%(소주 4병) 이상에서는 100%가 심한 중독 상태가 되며, 500~800mg%(소주 5병 이상)에서는 사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데이터에 의하면 사망자의 뇌 속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270~510mg%였다고 한다. 이처럼 알코올 농도의 수치의 큰 차이는 개체 차이 외에도 구토에 의한 질식 등 우발적 요소도 원이 되기 때문이다. 신체 조직 속의 알코올눙도가 400mg% 이상이면 법의학상 알코올중독사라고 판정한다.
이처럼 알코올의 영향은 혈액 속의 농도에 거의 비례하여 변화하는 것인데, 알코올 농도의 상승이 하강보다 더 두드러진다. 알코올에 의한 마취 상태는 그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클로르포름(chroform)이나 에테르(ehter)에 의한 마취 상태보다 훨씬 오래 그 효과가 지속된다. 이것도 알코올에 의한 혼수상태가 위험한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서 내성에 대해 알아보자.
제가 월남전에 파병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부대 의무대에서는 주기적으로 대민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 의료 봉사를 했다.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농촌 주민들은 아스피린 한 알, 페니실린 주사 한 방이면 거의 병을 고칠 수 있었다. 몸이 약을 거의 받아보지 않아 그만큼 약효를 발휘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몸도 약에 익숙해지다 보면 항생제의 경우 어느새 50단위에서 100단위, 천 단위, 만 단위, 100만 단위로 점점 높아진다. 지금은 어떤 항생제에도 끄떡없는 슈퍼 박테리아까지 출현했다지 않은가? 세균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술도 이와 동일하다. 밀밭 두렁에만 가도 취한다는 사람을 제외하고(이런 사람은 간에 알코올분해 효소인 알코올탈수소효소나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 효소가 전혀 없는 경우고) 정상적인 사람은 마시면 마실수록 내성이 증진된다.
나의 친구 중 대표적인 예화가 있다.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천생 골샌님이었다. 술과 담배는 옆에도 가지 못하고, 성격도 내성적이다 못해 마치 여성 같았다. 보다 못한 그의 부친은 남자로 만들겠다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해병대에 입대시켰다. 거친 남자들만의 세계, 그것도 악명(?)높은 해병대에서 비록 장교로 입대했으나 술과 담배를 못하고 골샌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그는 치욕과 수모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월남전이 치열했던 시기로, 월남전 파병으로 해병대에서는 초급장교인 소위들이 태부족이었다. 그리하여 2기에 걸쳐 대학 졸업자가 아닌 고등학교 졸업생도 장교 임용이 가능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간부 훈련을 받고, 소위로 부대에 배치되었을 때, 바로 위 선배 기수가 동생뻘인 네 살이나 어린 소위들이었다.
소위로 임관된 그는 일선 부대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선배들에게 소위 말하는 전입 신고를 위해 부대 연병장에 도열했다. 그리고 신고식이 거행되었다. 신고는 황당한 것이었다. 알철모에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그것을 단숨에 마시는 것이었다. 술이 처음인 그는 마시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쓸어졌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았을 것을.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다음날 새벽 누군가가 발길로 궁둥이를 툭툭 차는 것이 아닌가? 그는 놀라 군대 정신에 자동인형처럼 벌떡 일어나 차려 자세를 취하면 관등성명을 외쳤다. “예 소위 누구 누구” 그러자 신고를 받던 그 소위가 손등으로 양빰을 치며 빈정댔다. 차라리 주먹으로 때리면 남자답겠지만 손등과 손바닥으로 툭툭 치는 것은 모욕이었다. “야 임마, 귀신 잡는 해병이 그깟 막걸리 한잔도 못 이겨?”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끌어오르는 울분을 이를 악물고 속으로만 삭힐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술을 배웠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술이 세어지는 것이 아닌가? 모욕을 준 선배 장교와 술 시합을 벌인 끝에 소주 7병을 마시고 멋지게 설욕한 일화는 우리들 사이에 전설로 남아 있다.
한 번의 폭주나 지나친 장기간의 음주는 여러 가지 효소들의 유도 작용을 일으켜 마이크로좀 소포체에서 나오는 효소의 증가를 가져온다. 효소의 증가는 간장의 대사 능력을 따라서 증가시켜 더욱 왕성한 해독 작용을 하게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술에도 익숙해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간이 알코올 분해에 숙달된 조교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의사들은 알코올에 대한 내성(耐性)을 얻었다고 말하며, 이 내성은 점점 더 증진된다.
그러나 어느 한계까지 증진된 내성은 그곳에서 멈추고 상당한 기간까지 정체된다. 그런 현상을 고원(高原) 현상을 겪는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주량이 더 늘지도 줄지도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한다. 내성이 증진되었다는 것을 우리 세계에서는 예비 알코올중독자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내성의 증진에 대해 또 하나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내성이 길러진 술꾼이 취중 사고로 상처를 입어 수술을 해야 할 때 난감한 일을 당하기 쉽다. 환자를 수술대에 뉘이고 마취를 실시해도 도무지 마취가 되지 않는다. 환자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마취는 듣지 않고. 이 경우 환자가 술을 과도하게 마셨을 때 간에 알코올을 무독화하는 마이크로좀의 효소가 충분히 증가되어 있어 마취제를 주사해도 효소가 그 마취제를 빠르게 와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말기 중독자는 자신의 주량이 예전만 못함을 깨닫는다. 내성의 감퇴다. 이는 간이 이미 병들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증거로 사망이 가까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